22년 1월에 <AI기술과 웹툰의 현재>라는 기획기사(1)를 쓰고 1년이 좀 지난 지금이다. AI로 웹툰을 제작하는 것에 대한 추론과 전망에 관한 글들이 주로 이루어졌던 것도 불과 몇 달 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실제 제작 되어지고 있는 웹툰 작품에 어떤 프로그램을 통하여 어떤 제작과정을 거치고 있는지가 메인 이슈가 된 것처럼 AI는 갑론을박을 넘어 모르면 뒤쳐짐을 느낄 정도로 시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뭐가 이렇게나 빠른지 쫒아가기도 바쁘다. 정신이 없다. 나름 발빠르게 <Chat GPT로 만화/웹툰 제작하기> 라는 책을 준비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만 GPT-3.5에서 GPT-4 버전으로 기능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책 표지를 준비하는 미드저니 사용 과정에서도 3ver. 에서 4ver.으로 버전업을 하였는데 지금은 5ver.까지 업그레이드 되면서 결과물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 중이다.
[ 그림1 웹툰 제작에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서적들이 점차 출간되고 있다 ]
웹툰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굉장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급률과 사용량이 높아져 웹툰으로의 접근성이 향상이 되었을 뿐 아니라,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사람들의 생활패턴 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장 주목받는 산업이 되었다. 웹툰 IP 자체로도 급성장을 보였지만 Netflix, Amazon Prime 등의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성장하면서 그들이 새로운 콘텐츠 소스로서 웹툰을 발견하며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로 확장되는 계기까지 마련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AI의 등장에 호기심과 기대도 생겼지만 우선은 우려와 걱정근심이 창작인의 정서 바닥에 깔렸다.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수도 있을 천덕꾸러기 같은 AI를 어찌해야 할까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이미 AI를 조수로 삼아 창작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 심어놓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고민은 제쳐두고 앞으로 도움이 될 것과 도움이 되지 않을 것,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결과적으로 누구나 쓰게 될 것들을 빠르게 찾아 습득을 해 두는 것도 이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생존방식이 될 것이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AI 기술의 발전은 웹툰 산업에서 표현 방식과 창작 과정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습격(?) 할 때마다 인간은 긴장했다. 사진이 등장했을 때 화가들은 사진을 위협으로 느꼈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새로운 예술 형식 또는 도구로 받아들였었던 때를 떠올려보면 지금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림2 인상. 해돋이, 1872 ]
사진의 등장 시기에 맞물려 사실주의 기법을 탈피하고 순간의 색채와 질감, 빛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 같은 인상파가 출현 되었던 것을 되돌아보면, AI 기술의 발전은 웹툰에서 창작의 자유와 창조성, 그리고 주관적 감각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도 예측 가능한 일이겠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웹툰 제작 도구는 웹툰 작가들에게 캐릭터 디자인, 배경 생성, 컬러링 등의 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도와 더욱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다. 웹툰 콘텐츠의 트렌드 분석, 독자 반응 분석 등을 가능하게 하여, 작가와 출판사가 독자의 선호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작품기획에 대한 고민을 덜어 줄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AI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웹툰을 제작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경우 작가의 창의성과 결합하여 사용되고 있다. AI는 웹툰 제작의 도구로서, 작가의 아이디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AI 기술의 등장은 웹툰 산업의 미래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현재 개발되고 있거나 시도하고 있는 AI를 활용한 웹툰 제작프로세스
[ 그림3 베스티어리 연대기, 2022 ]
2022년 8월, 에미상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캠프파이어 엔터테인먼트는 최근에 완벽하게 인공지능에 의해 창작된 최초의 만화책 시리즈, Steve Coulson의 이야기로 <베스티어리 연대기(2)>를 선보였다. 이는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상을 보여주며, AI가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이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인지 홈페이지에서 파일의 형태로 무료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고, 소장을 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종이책의 형태로도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다.
[ 그림4 여명의 자야, 2022 ]
미드저니로 제작이 되어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했던 작가 크리스 카시타노바의 만화책 <여명의 자야(2022)>는 2023년 2월 22일에 미국 저작권청(USCO)에 의해 저작권 등록 여부에 대한 재검토를 받았는데 그 결과, 미국 저작권청은 AI가 생성한 이미지 자체에 대한 저작권 보호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미지의 선택과 배치, 그리고 스토리가 작가의 창작물로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AI를 이용한 이미지가 만화책 출판에 문제가 되지 않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판례가 되었다. 미드저니의 법무 자문위원인 맥스 실즈는 "아티스트가 미드저니같은 이미지 생성 도구를 창의적으로 제어하면 그 결과물이 보호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하는 판결"로 평가했다. 카시타노바 작가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라 할지라도, 그것이 직접적인 창의성 표현의 결과라는 점에서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러한 작품 형태라도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아닌 AI가 ‘보조한 예술’로 봐야한다"라고 강조하였다.
[ 그림5 샤디, 2023 ]
<샤디(2023)>는 Shady Karan 작가가 ChatGPT과 Stable Diffusion를 이용하여 제작하였다. ChatGPT의 고급 자연어 처리 기능은 대화의 창조와 참여를 가능하게 했고, Stable Diffusion의 심층 학습 기능은 텍스트와 이미지 모델, ControlNet과 결합하였다. 작가는 ayonimix_V6 & revAnimated_v11 모델과 jimLeeDCComicsMarvel_offset LORA를 사용하여 만화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었다고 하면서 25-30장의 셀카로 훈련시킨 LORA를 사용하여 작가 본인의 얼굴을 주인공 모델로 사용했다고 한다. 턱수염이 있는 슈퍼히어로의 거칠고 원시적인 사진, 무기를 숨길 수 있는 검은 가죽 재킷 의상 등 주제의 기본적인 설명을 입력하여 원하는 포즈와 설정으로 이미지를 생성하였다고 하였다. 작품의 이미지는 100% AI를 활용하여 생성되었지만,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 부분은 수작업으로 수정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체 작품은 Adobe Photoshop에서 마무리를 했다고 밝혔다.
[ 그림6 I THINK MY KING MIGHT BE A LIL’ BITCH #1 ]
<I THINK MY KING MIGHT BE A LIL’ BITCH #1 (2023. 03)>는 Christopher English 작가가 미드저니를 사용하여 만든 만화책이다. 작가는 여전히 다양한 AI 도구를 활용하여 만화를 제작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현재 TV 쇼 '슈퍼내추럴'의 세계를 바탕으로 Niji v3를 사용해 만화제작을 시도하고 있지만 완성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아마도 이 작업을 Niji v5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도해 볼 계획인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세계의 다양한 작가들은 자신의 창작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도구를 찾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도 단순히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1부) 기술의 발전과 현재
2부) AI 기술을 활용한 웹툰 제작 활용 및 사례
3부) 잡아먹을 것인가, 잡아먹힐 것인가?
* 참고자료 및 관련 링크
(1) AI기술과 웹툰의 현재 https://www.kmas.or.kr/webzine/cover/2022020004
(2) https://campfirenyc.com/comics/ 모든 작품을 PDF 등의 파일로 무료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